시나리오 카드 사용 가능 / 2차 가공, 수정 불가
손에 닿은 피부가 서늘했다.
창 밖의 바다는 유난히 창백했고.
개요
KPC와 PC는 올해의 겨울 휴가를 위해 바닷가의 호텔에 방문했습니다. 바다는 아름답고, 호텔의 시설은 완벽하지만…… 코가 잘려나갈 정도로 흉포한 한파가 몰아치는 날씨 탓에 인기척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덕분에 정경이 완벽한 방을 얻을 수 있었으니 행운일까요? 창밖으로 넓은 바다가 펼쳐집니다. 흰색에 가까운 색 바랜 모래사장까지,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입니다.
고즈넉한 겨울의 바다. 어쩐지 쓸쓸해 보이는 풍경…… 물속의 것들도 모두 잠들거나 죽었을 계절입니다. 어쩌면 당신은 바다의 마지막을 목격하는 중일지도 몰라요. 짠 내음이 나는 물 대신 애매한 감성에 젖었을 때, 인터폰이 울립니다.
“룸서비스가 도착했습니다.”
정보
약칭 창체
인원 타이만 / KPC + PC
배경 현대, 겨울, 바다
형식 레일로드
시간 ORPG / 텍스트 세션 기준 약 5시간~
※ 성행위, 유혈, 폭력 요소가 포함되어있습니다.
※ KP와 PL 중 한쪽이라도 성인이 아닐 경우 수위를 낮추어 개변해주세요.
후기를 보내주시면 기뻐합니다!
https://forms.gle/5SauAdRZU8NRYhcy8
! 아래 페이지부터 본 시나리오의 진상이 공개됩니다 !
※ 주의사항 ※
식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룰북에 존재하지 않는 창작 신화 생물이 등장합니다.
원작의 코스믹 호러적인 요소를 즐기고자 한다면 추천하지 않습니다.
진상
휴가를 맞아 KPC와 PC는 한적한 바닷가의 호텔에 머물게 됩니다. 비수기이기 때문에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여름이면 번성하던 가게들조차 대부분 문을 걸어 잠그고 휴업에 들어갑니다. 겉보기에는 그저 아름다운 바닷가에 불과하지만……
깊은 해저에는 인어가 살고 있습니다. 인어란 물거품에서 태어나는 존재로 덧없고 가벼우며, 변덕스럽고 차갑습니다. 그들의 창백한 피부는 뜨거운 햇살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에 후덥지근한 계절 내내 여름잠을 잡니다.
겨울이 찾아오고, 여름잠에서 깨어난 인어들은 가장 먼저…… 식을 탐합니다. 오래도록 굶었으니 당연한 일일까요? 그리고 인어들이 가장 좋아하는 식사는, 인간입니다.
인어의 고기가 별미라고요? 천만의 말씀.
진정한 별미는 인간이에요.
세이렌이 왜 노래로 사람들을 파멸에 이끌었을까요?
인어공주는 정말로 왕자를 사랑하여 목소리마저 버리고 뭍으로 올라왔을까요?
왜 항상, 바닷속에 사는 그것들은 인간과의 인연을 놓지 못했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 맛을 잊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어들은 뭍 위로 올라오지 않습니다. 뭍 위에서는 살아갈 수 없거든요. 그러니 KPC와 PC가 이 겨울바다에 뛰어들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결단코 안전합니다.
사소한 문제라면……
호텔의 룸서비스로 도착한 아침 식사에, 인어 회가 한 점 들어있다는 것일까요. 어쩌다 섞인 건지, 어떻게 들어온 것인지 아무도 아는 바가 없습니다만(어쩌면 짓궂은 어떤 신의 장난일 수도 있겠군요), 그것은 분명히 인어의 살점을 발라낸 인어 회. 인어의 고기입니다.
인어의 고기가 별미이자 독이라고 불리던 이유는 바로 중독성 때문입니다. 인어의 고기를 한 점이라도 입에 댄 이들은 타인을 탐하고, 범해서, 종내에는 취하고 싶다는 욕구를 이기지 못합니다.
인어의 고기를 먹은 KPC 또한 점점…… 위험한 충동을 느끼게 됩니다.
위험한 충동
1단계 : 호흡 부족
뭍에서의 호흡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숨을 허덕입니다. 안색이 점차 창백하게 질리기 시작합니다. 호흡을 빼앗기라도 할 것처럼 상대에게 입 맞추고자 하는 욕구가 치솟습니다.
2단계 : 체온 저하
주위의 온도와 상관 없이 체온이 기하급수적으로 내려가고, 추위를 호소합니다. 상대와 닿으면, 상대의 체온이 옮아 다소 나아지기 때문에 떨어지려 하지 않습니다.
3단계 : 채워지지 않는 갈증
목이 마르고, 체액의 분비가 현저히 떨어집니다. 성행위 도중일 경우 젖지 않거나, 사정하지 못합니다. 목이 타서 목소리가 자꾸 갈라지고, 말을 하기 어렵습니다. 상대의 체액으로 목을 축일 수 있습니다. (타액 제외)
4단계 : 끔찍한 허기
목을 축인 후에는 식욕이 들끓습니다. 먹고 싶은 것은 오직 하나. 눈앞의 상대뿐. 상대의 살결을 깨물고, 강하게 잇자국을 남깁니다.
5단계 : 포식 혹은 부식
통증을 누르고, 허기를 채우려면 인간의 고기를 먹어야 합니다. 단, 먹어치웠을 경우 상대는 더 이상 이 세계에 남아있지 않겠지요. 막 여름잠에서 깨어난 인어의 식욕이란 정확히 인간 한 명 분이거든요.
인간의 고기를 먹지 못한다면 다음 날, 동트는 새벽의 햇살에 부식되어 물거품으로 흩어집니다.
4단계가 끝나기 전에 해독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모든 단계의 억제 방법이란 일시적인 것으로,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금 충동이 입니다. 만약 완전히 상대를 잡아먹더라도 다음 날부터 다시금 1~5단계를 반복하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 인어의 고기에 중독되었을 뿐, 실제 인어가 아니므로 바닷속에 들어간단들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광기표
1. 환각
KPC를 대상으로 한 환각을 보게 된다. 있을리 없는 아가미, 물고기의 꼬리, 종내에는 물거품이 되어 흩어지는 모습들이 망막에 매달려 시야를 흐린다.
: 관찰력, 자료 조사 판정 시 패널티 다이스 추가
2. 환청
귓속에서 이명과 같은 물거품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것은 곧 파도소리가 되었다가 불쾌하고 음침한 무언가의 울음소리가 되고, 창백하고 가느다란 노래로 변해 귓속을 떠돈다.
: 듣기, 지능, 정신력 판정 시 패널티 다이스 추가
3. 실어증
공포에 질려 목소리를 잃는다. 입을 열고 말하려고 하더라도 희미한 신음소리만 흘러나올 뿐. 말하는 법을 잊은 물고기처럼 입만 뻐끔거리게 된다.
: 대인 관계 판정 시 패널티 다이스 추가
4. 과호흡
뭍에서 호흡하는 법을 잊는다. 숨을 삼키지 못하고 연신 뱉어내기를 반복해 호흡이 불규칙해지고 숨을 허덕인다. 깊은 심해에 빠진 것처럼 호흡기가 시큰거리고 욱신거린다는 착각에 빠진다.
: 민첩, 근력 판정 시 패널티 다이스 추가
5. 결벽증
공포에 의해 발동된 방어 기재이므로 KPC와의 접촉을 극도로 꺼림칙하게 여긴다. 일정 거리 이상 가까워질 경우 불쾌감을 느낀다. KPC에게 닿은 부분을 쉼없이 닦아내거나 도려내고 싶다는 충동이 인다.
: KPC와 접촉할 경우 자해를 시도한다.
6. 사냥 충동
KPC의 존재를 부정한다. 눈앞의 이는 KPC가 아니라 괴물에 지나지 않을 뿐. 이것을 죽여야 KPC가 돌아올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당장이라도 꺼림칙한 괴물을 사냥하려 든다.
: KPC를 공격한다.
시나리오에 어울리는 광기로 구성된 독자적인 광기표입니다. 룰북의 광기표를 사용하셔도 괜찮습니다.
일시적인 광기에 빠졌을 경우 1D6 판정 후 KP의 재량에 따라 광기가 발현되는 라운드를 조절해주세요.
장기적인 광기에 빠졌을 경우 5번 결벽증과 6번 사냥 충동 중 1D2 판정하여 결정합니다.
: 테스트 플레이를 거친 후 쿤님과 카님의 의견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호텔 타 메라(Hotel Ta-mera)
바닷가에 위치한 신식 호텔. 흰 외벽과 푸른 창틀의 조화가 그리스 산토리니 풍이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여름에는 숙박을 잡기 어려운 인기 있는 호텔입니다. 교통 편의 접근이 용이하고, 넓은 지하 주차장을 가지고 있으니 어떤 방법으로 방문해도 OK.
호텔 내에 아쿠아리움과 미술관이 마련되어 있으며, ‘퀄리티가 굉장히 뛰어나다’, ‘일반 미술관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 전시회였다’ 등 좋은 후기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번 겨울, 호텔 타 메라 전시회의 주제는 심해의 가장 아름다운 생물, 인어입니다.
1. 객실의 아침
BGM : White Bird OST-leave
KPC와 PC는 올해의 겨울 휴가를 위해 바다의 호텔에 방문했습니다. 늦은 밤에 막 도착해 체크인을 마치자마자 잠에 빠졌으니, 오늘이 함께 맞는 첫 아침입니다.
: 1박 2일, 2박 3일 등 여행의 일정은 자유롭게 설정해주세요.
창밖으로 넓은 바다가 펼쳐집니다. 눈이 내릴 기미가 없는 하늘은 잘 마른 소라색, 파도 거품이 흩어지고 부서지는 바다는 짙은 감색으로 칠해져 있습니다. 흰색에 가까운 색 바랜 모래사장까지,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입니다.
고즈넉한 겨울의 바다. 어쩐지 쓸쓸해 보이는 풍경…… 물속의 것들도 모두 잠들거나 죽었을 계절입니다. 어쩌면 당신은 바다의 마지막을 목격하는 중일 지도 몰라요.
짠 내음이 나는 물 대신 애매한 감성에 젖었을 때, 인터폰이 울립니다.
“룸서비스가 도착했습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아침 식사입니다. 문을 열거나, 문의 구멍으로 바깥을 살펴볼 경우 호텔의 정식 유니폼을 차려입은 호텔리어가 클로쉬가 덮인 쟁반을 들고 서 있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아침 식사를 룸의 테이블에 내려놓은 호텔리어는 의례적인 인사를 건네곤 돌아갑니다.
: 평범한 호텔리어입니다. 니알라토텝도, 사교도 아닙니다. 외관을 물으면 자유롭게 설정해주세요.
클로쉬의 뚜껑을 열면 2인분의 아침 식사가 들어있습니다. 튀긴 호박 꽃과 토마토 마리네이드, 에그 스크램블과 테두리를 잘라낸 식빵, 베이컨…… 후식으로 마련된 복숭아 판나코타까지. 아침 식사의 정석이면서도 소홀함이 없는 구성입니다. 바닷가의 호텔이라더니, 아침 식사에도 신선한 생선 회와 레몬즙을 뿌린 문어 요리를 곁들였네요.
: 마찬가지로 평범한 문어입니다. 크툴루가 아닙니다. 의심하게 두어도 상관없습니다만…… 아닙니다.
테이블에 앉아 아침 식사를 즐깁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혀 위에서 부드럽게 녹는 음식은 가히 일품입니다. 없던 입맛마저도 생생하게 돋웁니다. 겨울 바다의 풍경을 만끽하며 둘이 함께 즐기는 아침 식사라니 이보다 완벽할 수 있을까요!
■ 관찰력 판정
성공 : 생선회 중 한 점이 푸르스름한 빛을 띱니다. 창백하게 빛나는 살점은 결이 부드럽고, 반짝이는 윤기가 흐릅니다. 어떤 생선회에서도 보지 못한 교묘한 색입니다. 딱 한 점뿐이네요.
실패 : 생선회는 바닷가가 근처라 그런지 유난히 싱싱해 보입니다. ……라고 감탄하는 것도 잠시, 어라? 그중 한 조각은 어쩐지 푸르스름한 빛을 띄는걸요. 상한 건가?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찰나, KPC가 젓가락을 들어 정확히 그 한 점을 삼킵니다. KPC는 맛이 좋다며 연신 감탄합니다. 그 어떤 고기보다 부드럽고, 비린내가 나지 않고, 식감이 뛰어나다면서요.
굉장한 만족감을 느낀 것도 잠시, 다른 요리 중 무엇을 먹어도 마음에 차지 않아 못마땅히 여깁니다.
평이 좋은 걸 보아하니 상한 부위는 아닌 것 같죠? 식사 시간은 평화롭습니다. KPC의 불평과 달리 음식은 여전히 맛이 좋고, 창밖의 바다는 아름답고, 첫날에 딱 걸맞는, 완벽한 아침입니다
“나가자.”
아침 식사를 마치고, KPC가 손을 내밉니다. 바로 앞이 바닷가니, 산책 겸 걷자는 제안이 이어집니다. KPC는 모처럼 기분이 좋아 보입니다. 테라스의 창을 타고 들어온 바람에는 짠 내가 가득 묻어 있습니다.
: 자유롭게 RP가 가능합니다. 방에 관한 상세한 구조와 지문이 필요하다면 5. 침대 맡의 채워지지 않는 잔 파트를 참고해 주세요. 당장 나갈 필요는 없으나,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한다면 바다로 나갈 수 있도록 PC를 유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원치 않는 경우 호텔 방을 벗어나지 않고 충동의 단계를 진전할 수 있습니다.
2. 호텔 타 메라의 9시
BGM : K-On!OST "Konayuki"
아침 바다를 거닐기로 하고, 1층 로비에 도착합니다. KPC와 PC가 머무는 ‘호텔 타 메라Ta-Mera’는 신축 건물로 천장이 높고, 바닥이 반지르르하며 섬세한 인테리어로 구석구석이 꾸며져 있습니다. 1층의 로비부터 최고층 7층의 객실을 오가는 엘리베이터마저 끝없이 넓으니…… 이 호텔이 얼마나 좋은 곳인지 더 설명하는 것은 입 아픈 일이겠죠.
■ 교육 판정
성공 : Ta-Mera……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에요. ‘바다의 나라’라는 뜻을 가진 이집트의 옛 이름. 아주 거창한 뜻이지만, 낱말 그대로 해석하자면 이 호텔에 아주 잘 어울리는 이름이군요. 바다와 이토록 가까우니까.
실패 : Ta-Mera……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요. 뭐, 호텔이니까 그럴싸한 이름을 붙이고 싶었던 것 아닐까요? 뜻을 모르는 단어는 언제나 그럴싸해 보이기 마련인걸요!
로비에는 [안내 데스크]가 설치되어 있고, 엘리베이터의 맞은편에 호텔의 [정문]이 보입니다. 입구의 우측 벽면에 커다란 [지도]가 한 점 붙어 있으며, 좌측 벽면은 온통 [검은 유리로 덧대어져 있습니다. 호텔의 기둥 사이로, 정중앙에 커다란 [유리관] 또한 그와 같은 검은색입니다.
안내 데스크
아침에 식사를 가져다준 호텔리어와 똑같은 정식 유니폼을 차려입은 직원이 앉아 있습니다. 눈이 마주치면 상냥하게 웃으며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묻습니다. 그의 머리 위에서 시계 바늘이 째깍째깍 움직입니다.
: 마찬가지로 평범한 호텔리어이며, 외관과 성별, 나이, 인종은 테이블 별 설정에 맡깁니다.
안내 데스크 옆에는 세로로 긴 [플래카드]가 서 있습니다. 2층에서 미술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모양이에요. 호텔의 시설을 자랑하는 [팸플릿]도 다양한 국가 별 언어의 번역본이 준비되어 있군요.
직원과의 대화
1. 체크인 / 체크아웃
“입실은 오후 3시부터 가능하고, 퇴실은 오후 1시입니다. 모닝콜을 해드릴까요?”
2. 호텔의 일정 / 시설 / 서비스
“호텔 타 메라는 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 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토대로 여러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공되는 식사에는 신선한 생선회와 어패류 요리를 곁들이고, 객실의 창을 통해 바다를 접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오전 10시부터 작은 아쿠아리움과 미술관을 개장하니 관심이 있다면 들러주세요.” 현재 시각은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입니다. 바닷가의 산책을 마치면 얼추 둘러볼 수 있겠군요.
3. 푸르스름한 생선회
“조식으로 제공된 회는 광어와 연어, 대방어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마다 직접 회를 뜨기 때문에 상태가 변질되기 매우 어려운 환경이에요.” 광어, 연어, 대방어…… 모두 푸르스름한 생선은 아닙니다. 희거나 혹은 붉거나.
심리학 판정을 할 경우 직원은 호텔 타 메라에서 제공하는 회가 신선하다는 것에, 한 치의 의심도 갖지 않습니다. 자신이 있나 보군요.
계속 클레임을 제기할 경우, “다만…… 같은 생선회라도 부위에 따라 색상이 달리 보이거나, 조명의 문제일 수도 있으니 제가 주방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혹시 횟감의 종류가 변경되었을 수도 있어서요. 이용에 불편 드려 죄송합니다.” 진심으로 사과한 그는 메모를 ‘707호 고객, 회의 상태가 푸르스름한 색을 띰’ 적습니다. 두 사람이 자리를 비우고 나면 당장 주방으로 달려갈 모양입니다.
더불어 “혹시 맛이 이상하다거나, 드신 후 속이 불편하시던가 하지는 않으신가요?” 걱정스럽게 묻습니다. KPC가 괜찮다고 대답하면 “다행이에요.”, 괜찮지 않다고 대답하면 호들갑을 떨며 “의무실에 가보시는 게 좋겠어요.” 두 사람을 재촉합니다.
의무실에서 타메라의 담당의와 만날 경우, 별다른 이상은 없다는 소견을 받습니다. 엄살을 부린다면 우선 소화제 정도의 가벼운 처방을 받을 수 있겠군요.
: 실제로 이상 없습니다. 물론 앞으로 이상이 생길 테지만, 적어도 소화계통의 문제는 아니니까요.
3. 주변의 여행지
“여름에는 꽤 볼만한 것들이 많답니다. 노점도 많고, 야시장도 열리고, 종종 불꽃놀이를 벌이기도 하거든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겨울은 비수기잖아요. 요즈음에는 웬만한 가게들도 다 문을 닫아서…… 이 근처에서 볼 거리라면 바다 구경이 전부일 거예요.” 직원은 두 사람이 실망하지 않기를 바라며 겨울 바다의 풍경이 얼마나 근사한지 덧붙입니다.
“그리고, 바깥에는 볼거리가 없지만 오전 10시부터 호텔 내부의 아쿠아리움과 미술관이 개장한답니다. 생각보다 볼만하실 거예요. 호텔 타 메라에서 아주 신경 쓰는 시설들이거든요.” 현재 시각은 오전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입니다. 바닷가의 산책을 마치면 얼추 둘러볼 수 있겠군요.
플래카드
* Hotel Ta-mera Exhibition *
주제 : 심해의 가장 아름다운 생물
일시 : 2018. 12. 1 ~ 2. 28 / AM 10:00~PM 19:00
장소 : 호텔 타 메라 2층 미술관
……2층에서 호텔 타 메라가 주최하는 미술 전시회가 진행 중인 모양입니다. 짙은 푸른색에서 어두운 감색으로 떨어지는 플래카드는 꼭 심해를 옮긴 것처럼 선명한 바다의 색입니다. 플래카드 위에 새겨진 희고 간결한 글씨들이 금세 파도의 물거품처럼 흩어질 것 같습니다.
심해의 가장 아름다운 생물.
무엇을 주제로 삼은 걸까요?
■ 지능 판정
성공 : 심해에 사는 커다란 고래, 스스로 빛을 내는 해파리, 꽃밭처럼 펼쳐진 산호의 땅…… 심해에 사는 것들 중 인간의 시선에서 “아름답다” 말할 수 있는 생물은 이 정도 밖에 생각나지 않습니다. 심해는 깊고, 빛이 닿지 않아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먼 곳이니까요.
실패 : 뭉개진 사람의 얼굴을 한 블롭 피시, 커다란 입과 길게 솟은 뿔을 가진 심해 아귀, 14개의 다리와 외계인을 닮은 머리를 가진 76cm의 심해 등각류…… 떠오르는 것들이라곤 이런 게 전부입니다. 아름답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거리가 멀지 않나요?
■ 자료 조사 판정
공통 : 방문객들의 후기를 읽을 수 있습니다. ‘퀄리티가 굉장히 뛰어나다’, ‘일반 미술관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 전시회였다’ ……좋은 평이 가득하네요. 매 분기 별로 전시회의 주제와 방식이 바뀐다는 모양입니다.
어려운 성공 : 이번 미술 전시회에는 ‘동화’를 재해석한 작품이 걸려 있었다는군요. 유일하게 평점이 좋지 못한 후기가 보입니다. ‘조금 잔인했어요.’ ……동화와 잔인, 이라니 잘 매치가 되지 않는 내용이네요. 사진은 한 장도 없습니다. 하긴, 보통 미술관은 촬영 금지니까.
성공 : 유일하게 평점이 좋지 못한 후기가 보입니다. ‘조금 잔인했어요.’ ……어떤 부분이 잔인했다는 걸까요? 사진은 한 장도 없습니다. 하긴, 보통 미술관은 촬영 금지니까.
실패 : 별다른 내용은 없네요. 겨울은 비수기라더니, 후기의 날짜는 대부분 여름 즈음입니다. 여름에 열린 전시회의 주제는 ‘파도’였다는군요.
팸플릿
다양한 국가 별 언어로 번역을 마친 팸플릿. 호텔 ‘Ta-mera’ 이름 아래에 ‘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 캐치프레이즈가 크게 적혀 있습니다. 플래카드와 마찬가지로 짙은 푸른색에서 어두운 감색으로 떨어지는 선명한 바다의 색입니다. 안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 Hotel Ta-mera *
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
: 타 메라 전시회
호텔 타 메라에서 개최하는 전시회. 바다와 관련된 이야기를 담습니다.
분기 별 새로운 작품과 이야기를 접하실 수 있습니다.
: 타 메라 아쿠아리움
바다를 한 조각 옮겨 담았습니다.
Call : 02-707-5126
E-mail : ta.mera@gmail.com
Homepage : www.ta-mera.com
지도
호텔의 구조를 담은 지도입니다. 아쿠아리움과 미술관은 오전 10시부터 입장 가능하다고 쓰여 있습니다.
검은 유리
벽면 하나를 가득 채운 검은 유리.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통 알 수 없습니다. 전부 유리로 이루어진 탓에 거울처럼 사용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 듣기 판정
성공 : 보글보글……. 유리 가까이에 귀를 대자니, 거품이 솟았다 흩어지는, 희미한 물소리가 들립니다.
: 타 메라의 아쿠아리움입니다. 오전 10시가 지나면 안쪽의 조명이 켜지고, 관람할 수 있습니다.
실패 : 유리 가까이에 귀를 대는 순간…… 지이이잉. 호텔리어 한 명이 정문을 넘습니다. 자동문이 열리는 소리 덕분에 아무것도 듣지 못했습니다. 너머는 조용하기만 합니다.
유리관
로비의 정중앙을 차지한 둥근 유리관. 기둥보다 훨씬 두꺼운 그 관은 천장을 받치고 있습니다. 검은 유리는 선팅이라도 한 것처럼 안을 비추지 않아, 내용물을 확인할 방법이 없어 보입니다.
: 타 메라의 아쿠아리움입니다. 오전 10시가 지나면 안쪽의 조명이 켜지고, 관람할 수 있습니다.
정문
출입구입니다. 사람이 가까이 서면 자연스럽게 유리 문이 좌우로 열립니다.
3. 바닷가의 입맞춤
BGM : Ocean Waves SFX / SteinsGate OST Christina
자동문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비리고 짭조름한 바다 냄새가 물씬 밀려옵니다. 얕은 계단 세 칸 아래, 경사 길을 조금 내려가면 모래사장이 펼쳐집니다.
겨울 특유의 건조한 공기. 바닷가에서부터 밀려오는 짠 내와 물 비린내. 날을 잘 벼루어둔 칼바람이 모래사장 위를 내달립니다. 차라리 눈이라도 내리면 운치 있을 텐데…… 눈을 닮은 흰 입김만 푸스스 번집니다.
괜히 나왔나? 후회가 고개를 들락말락.
그래도 기왕 나왔으니 조금 거닐어 볼까요. 아직 잠이 덜 깬 탓에 이토록 추운 걸지도 몰라요. 걷다 보면 나아질지도 모릅니다.
주변은 고요하고 한적해서, 꼭 KPC와 PC, 두 사람이 이 세계에 남은 마지막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모래사장]을 따라 일렬로 죽 늘어선 [가게]들조차 대부분 문을 닫아, 인기척이라곤 찾아볼 수 없으니까. 그저, [바다]를 스치는 파도소리가 요란할 뿐입니다. 오른쪽으로 조금 고개를 돌리면, 저 멀리에 [부두]가 펼쳐져 있군요.
가게
튜브 대여소, 음식점, 파라솔과 썬 비치를 빌려주는 온갖 종류의 부스가 길목을 따라 일렬로 서 있습니다. 셔터를 내리고 문을 걸어 잠근 상태이므로 방문할 수 있는 곳은 없어 보입니다.
바다
창백한 모래사장에 흰 포말을 버리고 도망가는 파도를 따라, 물 자국이 길게 남습니다. 거친 물소리가 꼭 노랫소리처럼 들립니다. 밤에 보았던 바다는 마냥 어둡고 캄캄하기만 했는데, 지금은 꼭 그렇지도 않군요. 이른 아침의 햇살이 투명한 표면에 닿아 산산이 부서지고 찬란하게 빛납니다.
파도의 경계 가까이에 가면 물 아래에 깔린 모래사장과 작은 돌, 조개껍질 같은 것들을 볼 수 있습니다. 파도가 몇 번이나 쓸고, 덮치지만 깨끗하기 그지없는 물은 훤히 그 속을 비출 뿐입니다.
바닷가를 따라 천천히 걷는데, 아뿔싸! 잔잔하던 파도가 휙 고개를 듭니다. 서둘러 피하지 않으면 신발이 흠뻑 젖고 말 거예요.
■ 민첩 판정
성공 : 파도가 거세봐야 인간의 보폭보다 훨씬 좁기 마련. 안쪽으로 크게 한 걸음을 들어서자, 아슬아슬하게 두 사람이 딛고 섰던 곳을 쓸고 지나갑니다. 아쉬움에 입맛이라도 다시는 걸까요? 파도소리가 유난히 커다랗습니다.
실패 : 순식간에 몰아친 물살이 발등을 타고 오릅니다. 잔잔하기에 방심했더니! 완전히 젖어 축축하고, 차갑습니다. 겨울은 겨울이에요. 뼈가 시릴 정도로 차고 차가운 촉감이 그것을 상기시킵니다. 걸음을 떼기가 겁이 날 정도로.
모래사장
이곳의 볼 거리 중 하나는 새하얀 모래사장입니다. 마치 소금으로 가득 채워둔 것처럼, 색을 잃은 모래는 창백하게 흩어져 있습니다.
발아래 까끌까끌하게 굴러 들어오는 것들은 이곳이 아스팔트가 아니고, 도로가 아니며, 바다 위라는 것을 실감 나게 합니다.
■ 행운 판정
성공 : 모래의 틈새에서 반짝이는 것을 발견합니다. 바닷물에 흠뻑 젖고, 모래 알갱이가 다닥다닥 달라붙어 있는 그것은…… 비늘입니다. 푸르스름한 색의 비늘은, 아침 햇살을 받아 영롱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빛을 반사할 때마다 그것의 색은 붉고, 푸르고, 노랗게…… 오색으로 물듭니다.
실패 : 여전히 날씨는 춥고, 발아래의 모래는 버석버석하네요! 심지어 발을 잘못 디딘 탓에, 신발 안으로 모래 몇 알이 끼어들었습니다. 걸을 때마다 발 아래 딱딱하고 작은 알갱이들이 밟힙니다.
비늘을 얻은 경우, 작은 조개껍질만 할까요? 화려하게 반짝이는 모양새가 아름답지만, 마냥 아름답게 여기기에는 찜찜합니다. 그야, 보통 독이 있는 것들이 더욱 외관을 화려하게 꾸미기 마련인걸요.
주위에 딱히 물고기의 시체 같은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바다에서 떠밀려 온 예쁜 행운일지도 몰라요.
: 인어의 비늘입니다. KPC가 가지고 있게 될 경우 외모 / 매혹 중 원하는 기능치를 +5 상승시켜 주세요.
: 비늘의 정체에 대해 알고자 할 경우, 부둣가의 노인에게서 일정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다른 NPC들에게 문의한다면 “처음 보는 것이다.” “장식품인가?” 정도로 함께 의문을 표합니다.
■ 자연 판정
성공 : 생김새는 꼭 어류의 비늘과 같습니다. 비늘만으로 정확히 어떤 품종인지 단정 지을 수는 없겠지만…… (강제 지능 판정)
실패 : 아무래도 어류의 비늘 같은데……. 비늘이란 게 생김새가 다 거기서 거기니까. 잘 모르겠군요. 심해 물고기의 것이려나?
■ 지능 판정
성공 : 단언컨대, 어류 중에 이런 비늘을 가진 물고기는 없을 것입니다. 매끈하고, 기묘하게 빛나는 그것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창백한 물질로 이루어져 있으니까.
바닷속에 괴물이라도 사는 걸까요. 정체 모를 생명체의 존재를 짐작한 PC, SanC (0/1)
실패 : 매끈하고, 기묘하게 빛나는 색깔이 아름답군요. 어쩌면 단순한 비늘이 아니라, 잘 다듬은 장식품의 일부일지도 모르겠어요. 살아있는 것, 이라기엔 완벽하게 아름다우니까.
■ 관찰력 판정
성공 : 비늘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도중, 문득 깨닫습니다. 그래, 아침에 KPC가 삼킨 물고기의 살점. 그것이 꼭 이런 색깔이었죠.
(지능 판정과 관찰 판정을 연달아 성공한 경우) 그럼 KPC가 먹은 것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요?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PC, SanC (1/1D3)
실패 : 어쩐지 눈에 익은 색인데…… 어디서 봤더라……. 딱히 짚이는 구석이 없군요.
: KPC에게 상태를 묻거나, 아프지는 않은지 살필 경우 별다른 이상이 없다고 대답해 주세요. 실제로 조금 더 시간이 경과한 후에 위험한 충동이 시작됩니다. 충동의 첫 발현 시점은 노인과의 대화 이후를 상정하고 있으나, 조사 순서가 뒤바뀐 경우 임의로 설정하셔도 괜찮습니다.
부두
길게 뻗은 콘크리트 길을 따라 좌우로 작은 배들이 묶여 있습니다. 거친 파도가 겹겹이 쌓아둔 테트라포드를 밀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부둣가를 따라 조금 걷다 보면, 끄트머리에 어떤 사람이 앉아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 관찰력 판정
성공 : 낡은 모자를 눌러쓴 구부정한 자세. 모자 아래로 흩어진 흰 머리카락이 보입니다. 낚시를 하는 노인입니다. 이런 겨울에 물고기가 잡히기는 하는 걸까요?
실패 : 멀어서 어떤 사람인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상당히 작고 왜소해 보이는 실루엣이군요. 이런 날씨에 이런 곳에서 뭘 하는 걸까요?
: PC가 상대에게 다가간다고 선언하는 경우 관찰력 판정은 불필요합니다.
부둣가의 노인
머리가 새하얗게 샌 노인이 부둣가 끄트머리에서 낚싯대를 드리운 채, 하염없이 물고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노인은 무료하지도 않은지 그저 바다를 바라볼 뿐입니다. 낚시통은 텅 비어 있습니다.
: 바닷가에서 횟집을 하는 노인입니다. 손님이 없어 낚시를 하러 나왔습니다.
노인과의 대화
1. 낚시
“날이 추워서 그런가 거 물속도 잠잠해. 영 물 기미가 없구먼.”
“절대 내가 낚시를 못해서가 아니야. 이래 봬도 소싯적엔 유명한 낚시꾼으로 유명해서, 100cm에 가까운 광어를 낚기도 했다고.” 자신의 낚시 솜씨에 의문을 표한다면 장황하게 자신의 무용담을 설명하며, 격렬하게 부인(변명)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황당한 이야기들이 대부분입니다.
“나 참, 물고기들이 다 겨울잠을, 크흑, 커 허허 헉. 크어어어억…….” 변명해도 믿어주지 않으면 죽을 듯이 기침을 터트리지만, 그냥 기침입니다. 굽은 등을 제외하면 나이에 비해 굉장히 정정하고, 병색은 한 점도 없습니다.
“그래도 낚시는 겨울 낚시가 제맛이지. 겨울에는 평범한 사람들이 상상도 못하는 것들이 낚이곤 하거든.”
“사람의 얼굴을 한 물고기라던가, 끔찍하게 커다란 문어라던가, 은색으로 빛나는 새우 같은 것들이 잡히지. 그것들이 생긴 것은 조금 괴랄해도, 맛은 또 끝내준다니까. 소문이다만, 사람을 잡아먹는 물고기도 산다더군.” 노인은 주절주절 이야기를 늘어놓더니, 물론 농담에 불과하다며 웃습니다. 정말 사람을 잡아먹는 물고기가 어디 있겠어요.
2. 푸르스름한 생선 회
“회가 시퍼렇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 내가 회를 썬지 어언 50년이 다 되어가네만, 그런 회는 없어. 물고기 살점 색이야 다 거기서 거기지. 붉거나, 희거나, 투명하거나. 예끼, 그릇 때문에 잘못 본 것은 아닌가?”
계속해서 푸른색이 맞다고 주장할 경우, “정말 그렇다면 역시…… 상한 것 아니겠나? 누가 먹었지?” 노인은 묻습니다. KPC가 먹었다고 대답한다면 “어디 아픈 곳은 없고? 아무리 겨울이라지만 날 것을 먹을 때는 조심해야 해. 큰 탈이 날 수 있어.” 몸 상태를 묻습니다. KPC는 “괜찮다” 대답하지만……
■ 심리학 판정
성공 : 어쩐지 애매하게 말꼬리를 흐리는 것 같습니다. 그다지 석연치 않은 얼굴이군요. 노인을 신뢰할 수 없는 걸까요? 아니면 정말로 괜찮아서, 인 걸까요? 어찌 됐건, KPC는…… 노인과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은 얼굴입니다. 시들하니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합니다.
실패 : 하긴, 의사도 아닌데 이런 노인에게 말해보아야 무엇이 달라지겠어요? 괜찮다고 하니, 괜찮은 거겠죠!
: KPC는 이즈음에서부터 슬슬 숨을 쉬기가 어렵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약간의 갑갑함, 그리고 메슥거림 정도에 불과합니다. 인어란 뭍에서 입을 열지 않는 존재. KPC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상태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 합니다. 인어공주가 왕자에게 진실을 한 마디도 건넬 수 없었던 것처럼요.
3. 비늘
비늘을 본 노인이 아는 척을 합니다. “아, 이건 또 오랜만에 보는구먼!” 그것을 받아들곤 이리저리 뒤집어 보고, 아침 햇살에 비추어보던 노인은 곧 “종종 이 바다에 떠밀려 오곤 한다네. 색이 화려하고 이 세상의 것 같지 않아서, 이 세상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물고기의 비늘이라고 다들 이야기하지.” 비늘의 정체에 대해 알려줍니다. 별로 득이 되는 정보는 아니지만요.
세상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물고기에 대해 물으면 “바닷속에 사는 것들은 보통 어두컴컴하고 침침하기 마련이거든. 빛이 제대로 닿지 않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이토록 고운 색을 띠는 것이라니, 요사스럽지 않은가? 이 비늘은, 요 앞 바다에만 사는 ‘사람을 홀리는 물고기’의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어. 아름다운 비늘로 사람을 홀려서 홀라당 잡아먹는다는 거지.”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입니다. 비늘로 사람을 낚는 물고기라니, 말도 안 되잖아요? 하지만 어쩐지 찜찜합니다. 어두운 바다가 꼭 무언가의 시커먼 아가리처럼 보인다면…… 과민한 반응이겠죠? 괜히, 헛소문에 싱숭생숭해진 걸 거예요.
대화가 슬슬 무르익어 갈 즘,
■ 행운 판정
성공 : 노인의 낚싯대가 크게 휘청입니다. 무언가 떡밥을 문 모양입니다. 노인은 금세 환해진 얼굴로 “아이고, 잡혔군! 잡혔어!” 라며 낚싯대를 보러 뛰어갑니다. 기쁨에 들떠 KPC와 PC는 보이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 어떤 물고기인지 궁금해할 경우 겨울에 흔히 낚이는 도다리라고 알려줍시다.
실패 : 노인의 낚싯대가 크게 휘청이더니, 맥없이 튕겨 나옵니다. 끊어진 낚싯줄이 달랑달랑 흔들립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물고기가 떡밥만 먹고 도망가 버린 모양이군요. “아이고, 아이고!” 노인이 낚싯대를 움켜쥐고 한탄합니다. ……이거, 우리 때문에 놓친 것 같죠?
노인을 등지고 부둣가를 걸어온 만큼 다시 되돌아갑니다. 여전히 파도는 성급하고, 엉망진창으로 흔들립니다. 파도소리가 어찌나 요란한지, KPC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괴팍한 바닷가를 따라 걷자니 노인의 이야기가 다시 떠오릅니다. 사람을 홀리는, 사람을 잡아먹는 물고기라니……. 괜히 등골이 오싹하네요.
파도소리 사이로, 무언가 기묘한 울음소리가……
■ 듣기 판정
성공 : 들릴 리 없죠. 귀를 기울여도 들리는 것이라곤 거친 물소리와 밭은 숨소리뿐입니다. ……숨소리? 괴로운 숨소리는 분명, KPC의 것입니다.
실패 : 들릴 리 없죠. 귀를 기울여도 들리는 것이라곤 거친 물소리뿐입니다. 겨울 바다는 흉포하기 짝이 없네요. 감상에 빠져 있는데, 그러고 보니 KPC가 유난히 조용합니다.
고개를 돌리면, KPC가 숨을 쉬기 어려운 것처럼 헐떡이고 있습니다. 잠깐 사이에 새파랗게 질린 얼굴은 꼭 시체의 것처럼 보입니다. 간헐적으로 끊어지는 호흡이 심상치 않습니다. 눈이 마주치는 것과 동시에 핑, 급격한 현기증을 느낀 KPC가 바닥으로 쓰러집니다.
갑자기 왜? 역시 아침에 먹었던 것이 좋지 못했던 걸까요? 아니면 바람이 너무 차서? 추위에 시달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쓰러진 KPC에게 가까이 다가갈 경우, KPC는 새하얗게 질린 손등으로 다짜고짜 PC를 붙잡고 끌어당기고 입을 맞춥니다. 힘이 어찌나 센지 뿌리치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 1단계, 호흡 부족입니다. PC의 호흡을 빼앗고자 하는 충동이 치솟습니다.
밀쳐낼 경우 근력 대항을 통해 판정하며, 근력 대항에 패배하거나 밀쳐내지 않을 경우 입맞춤이 이어집니다. 샅샅이 파고드는 입맞춤은 낭만, 애정 따위는 일말도 남지 않은 폭력적인 방식입니다.
한참 동안 매달리던 KPC는 곧 미끄러지듯 떨어집니다. 다소 진정되었는지, 여전히 파리한 안색이지만 아까보다는 한결 나아 보입니다. 안정된 호흡이 천천히 드나듭니다.
KPC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으면, “모르겠다. 숨을 쉬기 어려웠다. 이러면 조금 나아질 것 같았다.” 영문을 모르는 목소리로 더듬더듬 변명합니다.
근력 대항에 성공하는 경우에도 KPC는 계속해서 매달립니다. 토막토막 끊기는 호흡 사이로 단 한 가지를 집요하게 요구합니다. “제발, 한, 한 번만…… 응?” KPC의 요구를 받아준다면 잠시 후 안정을 되찾지만, 계속해서 근력 대항으로 밀쳐내거나 거절할 경우 END 1로 이어집니다.
4. 아쿠아리움과 창백한 체온
BGM : Mili - Bathtub Mermaid (inst)
상태가 좋지 못한 KPC를 달래고 호텔로 돌아옵니다. 모래사장을 거슬러 올라가는 동안 KPC도 다소 진정한 것 같습니다. 파도는 여전히 사납고 성급하지만 여기까지 닿을 수 없을테니, 걱정할 필요 없겠죠.
KPC는 왜 그랬던 걸까요?
어딘가 아팠던 걸까요?
낯색이 희게 질린 것을 빼면, 잠잠한 얼굴은 평소와 다를 바 없습니다.
마치 그런 일은 없었다는 것처럼.
낮은 계단을 오르면 호텔의 문이 스르르 열립니다. 문 너머를 확인한 순간, 낮은 탄성이 새어 나옵니다. 로비는 온통 푸르스름한 물결에 둘러 쌓여 있습니다.
바닥의 반질반질한 대리석 위로 흩어지는 둥근 곡선들,
새벽 하늘처럼 창백한 색으로 천장을 물들인 푸른 조명,
빛이 부딪히고 쪼개지며 산산이 부서지는, 찬란한 광경……
아쿠아리움이 여기에 있었군요.
로비의 벽면을 대신 하던 검은 유리들은 잠에서 깨어난 것처럼 투명하게 너머를 내보입니다. 커다란 수조안으로 조명이 흔들리며 물결을 따라 헤엄칩니다. 은색의 비늘을 가진 물고기 때가 쏜살같이 눈앞을 지나가고, 그 뒤를 따라 느릿하게 해파리가 흐느적거립니다.
종이처럼 펄럭이는 납작 가오리, 휘적거리다시피 긴 집게를 휘두르는 키다리 게. 새파란 몸체의 블루탱까지…… 꽤 그럴싸한 구성이군요. 바닷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익숙한지 물고기들은 이쪽에 관심도 두지 않고 제 갈 길을 가느라 바쁩니다.
아스라이 흩어지는 물방울들은 덧없습니다. 바닥에 깔린 산호는 알록달록하지만 푸른 물 속에 잠겨 창백하게 보일 뿐입니다. 유리 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때,
■ 행운 판정
성공 : 금색의 길고 납작한 몸체를 가진 물고기가 저 아래의 돌더미 사이를 비집고 나옵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비늘은 황금색에 가깝습니다. 잉어와 닮은 얼굴은 평범에 가깝지만 유난히 눈에 띄네요. (강제 자연 판정)
실패 : 깜빡, 깜빡. 수조 한 칸의 조명이 불안하게 점멸하더니 팟, 금세 빛을 잃습니다. 아까보다는 다소 침침한 광경이 되어버렸군요.
■ 자연 판정
성공 : 황금색의 비늘을 가진 물고기의 이름은 금룡어입니다. 배 아래에 달린 지느러미라거나, 치맛자락처럼 생긴 꼬리 지느러미가 퍽 익숙하거든요. 만나면 행운과 부를 가져다준다는 이야기가 있는 녀석이죠.
실패 : 배 아래에 달린 지느러미라거나, 치맛자락처럼 생긴 꼬리 지느러미…… 꼼꼼하게 살펴보지만 영 낯설기만 한 생김새입니다. 뭐하는 물고기람.
생선회에 관해 클레임을 제기했을 경우, 아쿠아리움을 구경할 때 조심스럽게 다가온 직원이 다시 설명합니다. “금일 준비된 회는 광어, 연어, 대방어가 맞으며 요리사가 아침에 직접 잡아 회를 떴습니다.” 고요. 더불어 “조식으로 제공되고 남은 회를 살펴보았지만 문제가 있는 부위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덧붙입니다.
■ 심리학 판정
성공 : 두 사람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태도입니다. 선량하고 불쌍한 직원이에요.
실패 : 연거푸 설명하고 사과하는 직원의 눈빛에, 진상을 대하는 짜증이 곁들어 있습니다.
로비 중앙의 검은 유리관 또한 수조였던 모양입니다. 산호와 수초가 평화롭게 수면을 따라 몸을 흔들며 춤을 춥니다. 작은 물고기와 소라 몇 마리들이 사는 것을 빼곤 허전하군요. 마치, 아직 주인을 만나지 못한 것처럼요.
말가니 아쿠아리움을 바라보다 시선을 돌리면, 파란 조명이 창백하게 칠한 KPC의 얼굴이 보입니다. 닿는 손등의 창백한 체온이……
창백한 체온?
무언가 이상합니다.
조명 탓이라면…… KPC의 손이 이토록 차가울 리가 없습니다.
겨울 날씨에 얼어 붙었다기엔 실내는 지나치게 따뜻합니다. KPC는 손 뿐만 아니라 어디를 만져도 얼음처럼 차디 차며, 안색 또한 새파랗습니다. 조명 탓이 아닙니다. 희미하게 어깨를 떨던 KPC는 곧……
PC에게 달라붙습니다. 닿는 몸이 온통 차갑습니다. 떨어지려 해도 떨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옷 안으로 파고들기까지 합니다. 옷자락의 틈새로 들어온 손가락이 차가운 것은 둘째치고, 이곳은 1층 로비. 뒤에는 여전히 직원이 서 있습니다. 언제 다른 숙박객들이 내려오거나, 들어올지 모릅니다.
KPC는 아랑곳하지 않고 “추워.” 연신 추위를 호소하며 PC를 매만집니다. PC의 옷이 거추장스러운지 “필요 없잖아, 방해 돼……” 벗기려고 들기까지 합니다.
: 2단계, 체온 저하입니다. 급격한 추위를 느끼며 PC에게서 떨어지려 하지 않습니다. 만약 KPC의 스킨십이 낯선 PC라면 이 부분에 SanC(0/1)를 추가해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밀쳐낼 경우 마찬가지로 근력 대항을 통해 판정하며, 근력 대항에 패배하거나 밀쳐내지 않을 경우 손길은 점점 농밀(!)해집니다. 피부끼리 닿을 경우 일정 부위만 체온이 일시적으로 돌아오며, KPC는 만족하지 못하겠다는 것처럼 좀처럼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바로 5. 침대 맡의 채워지지 않는 잔으로 넘어가, 객실로 돌아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 KPC의 증세가 진정되는 것은 성행위 후로 상정하고 있으나 적당히 진정시키고 넘어가도 괜찮습니다.
근력 대항에 성공하는 경우에도 KPC는 계속해서 매달립니다. “추워, 너무 추워서…… 제발, PC.” KPC의 요구를 받아주더라도 체온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으며, 위와 동일하게 진행됩니다. 계속해서 근력 대항으로 밀쳐내거나 거절할 경우 END 1로 이어집니다.
5. 침대 맡의 채워지지 않는 잔
BGM : Kevin MacLeod - Heartbreaking
방에 도착할 때까지도 KPC는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차가운 걸까요? 창백한 낯색이, 서늘한 체온이, 건조한 촉감이…… 꼭 시체처럼 느껴집니다. 말하기 미묘한 공포감, 불쾌감과 함께 문을 열면, 아침과 별로 달라지지 않은 객실이 보입니다.
: 객실의 조사 스크립트는 하단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3단계의 해소 이전에 조사를 진행한다면 내내 KPC는 PC를 쫓아다니며 추위를 호소합니다.
객실 내부는 딱 기분 좋은 온도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KPC도 누워서 쉬고 나면 괜찮아질지 몰라요. 어딘가에 상비약이 있을 것 같은데…… 짐작가는 곳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드는 순간,
■ 민첩 판정
성공 :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KPC가 입을 맞춥니다. 그 입술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분명 죽은 이의 것을 닮은 온도 때문이겠죠. 입술 뿐만 아니라 입안조차 건조하고, 삭막하게 말라 있습니다. 입술이 부딪혔다 떨어지고, 몇 번을 반복하고서야…… 천천히 젖어들기 시작합니다. 꼭, PC의 것으로 젖는 것처럼요.
실패 :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KPC가 입을 맞춥니다. 그 입술이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분명 죽은 이의 것을 닮은 온도 때문이겠죠. 입술 뿐만 아니라 입안조차 건조하고, 삭막하게 말라 있습니다. 입술이 부딪혔다 떨어지고, 몇 번을 반복하고서야…… 천천히 젖어들기 시작합니다. 꼭, PC의 것으로 젖는 것처럼요. 아차, 하는 사이 발을 헛디뎌 KPC의 무게에 짓눌립니다. 딱딱한 바닥이 닿고, 시야에 들어차는 것은 오직 KPC, 한 사람입니다.
뒤에서 천천히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립니다. 띡, 띠디딕. 이 전자음은 분명 자동으로 잠금쇠가 돌아가는 소리일테죠. 문은 잠겼고, 방 안에는 KPC와 PC 둘 뿐입니다. 바깥과 단절된 방. 눈이 마주치자 기묘한 침묵이 흐릅니다. 잠시 떨어진(떨어졌다고 말하기엔 아직도 너무 가까운) KPC가 속삭입니다.
“마시고 싶어.”
무엇을? 생각하기도 전에 다시금 입술이 닿습니다. 샅샅이 훔치지만 만족하지 못한 것처럼 몇 번이고 입술을 맞물리던 KPC는 곧……
: 3단계, 채워지지 않는 갈증입니다. 타액 따위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그 이상의 체액을 섭취해야 합니다. (눈물, 애액, 정액, 혈액 등)
PC의 옷자락을 헤집기 시작합니다. 마시고 싶다는 짧은 문장에는 성적인 뉘앙스가 가득합니다. 목이 타서 견딜 수 없다고 몇 번이고 반복해서 말하는 KPC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낮게 가라 앉은데다, 끄트머리가 갈라지고 있습니다. 몸은 여전히 차가운데 연신 “뜨거워.”, “더워.”, “목이 말라.” 따위의 아이러니한 투정을 늘어 놓으면서요.
밀쳐낼 경우 마찬가지로 근력 대항을 통해 판정하며, 근력 대항에 패배하거나 밀쳐내지 않을 경우 체액을 충분히(!) 원하는 만큼 섭취합니다.
: 기본적으로 갈증을 해소하면 상태가 호전되나, 직접적으로 체온의 저하를 위해서는 보다 많은 접촉이 필요하므로, 성행위를 요구합니다. 다만, 수위 조절을 감안하여 KP의 재량에 맡깁니다.
: PC의 성격, KPC와의 관계에 따라 강압적인 행위로 이어질 수 있으니 KP는 사전에 PL의 성향을 파악하고 배려하세요.
근력 대항에 성공하는 경우에도 KPC는 계속해서 매달립니다. “목 말라…… 아파, 아, 아파…….” 듣기 불쾌할 정도로 갈라지고, 느려지는 목소리. 목이 마르다고, 아프다고, 고통을 호소하는 KPC는 제 목을 조르다시피 긁으면서 마시게 해달라고 애원합니다. 계속해서 근력 대항으로 밀쳐내거나 거절할 경우 END 1로 이어집니다.
꿀꺽,
설명하기…… 부끄러운 무언가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갑니다. 젖은 입술이 사이로 새어나온 것은 PC의 ■■이 분명합니다. 맛이 어땠는지는 구태여 묻고 싶지 않습니다. KPC는 만족감에 겨운 얼굴로 환하게 웃더니,
: 만약 성행위를 끝까지 할 예정이라면, 사정 후의 지문으로 교체하는 쪽을 추천합니다.
눈물을 떨굽니다.
눈물?
왜?
아팠던 걸까요?
혹은 맛이 좋지 못하다던가, 끔찍한 감각이라던가, 아니라면……
이유를 묻기도 전에 뺨을 타고 떨어진 그것이 손끝에 닿습니다. 감촉을 따라 시선을 내리면 희고 영롱한 것이 보입니다. 한 점의 상처도 없는 매끈한 표면과 은은하게 도는 광택……. 오래 지나지 않아 PC는 그것의 이름을 떠올립니다.
진주.
KPC가 흘린 것은 눈물이 아니라 진주였습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을 목격한 PC, SanC(1/1d3+3)
PC가 충격을 받건 말건, KPC는 한껏 기분 좋은 얼굴로 PC를 바라봅니다. PC에게 “좋았어.” 라고 말해줄지도 모릅니다. 뺨은 발그스름하고, 체온은 적당히 미지근해서…… 기분만이 아니라 컨디션 또한 무척 좋아 보입니다.
: 3단계의 충동을 해소한 후에는 한동안 상태가 편안해집니다. RP를 하며(목욕을 한다던가) 약간의 시간을 보낸 후 “미술관에 가자.” 권유를 통해 6. 미술관의 인어로 유도해주는 것을 추천합니다.
: 아래는 객실의 조사 스크립트지만, 조사는 KP의 재량에 따라 생략하거나 7. 객실의 저녁에서 필요한 부분만 사용하셔도 됩니다.
: 객실 조사는 상황에 따라 생략하셔도 괜찮습니다. 만약 타당한 조사 계기가 필요하다면 어젯밤에 일찍 잠든 바람에 객실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은 지금이 처음이라던가 KPC가 입을 헹구기 위해 욕실로 사라진 사이 PC가 방을 둘러본다는 식으로 대응해주시면 됩니다.
객실은 흰 벽과 천장으로 둘러쌓여 있습니다. [침대]를 비롯한 가구는 옅은색의 원목을 사용해 깨끗하고 환해 보입니다. [테이블] 너머로 커다란 [액자]가 눈에 띕니다. 침대 머리맡에는 [협탁]과 [창문]이 나 있는 심플한 구조입니다. 침대 맞은편에 [욕실]로 이어지는 문이 딸려 있습니다.
침대
넓고 푹신푹신한 침대. 침대가 넓다 못해 어찌나 광활한지, 셋이 누워도 거뜬할 정도입니다. 누군가 옆에 눕더라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스프링이 탄탄합니다. 바스락거리는 천의 소리마저 기분이 좋습니다.
협탁
침대 머리맡에 놓인 원목 협탁. 협탁 위에는 작은 무드등과 전화기, 그리고 빈 잔이 놓여 있습니다. 아마 내일이면, 체크아웃을 위한 모닝콜이 도착할 거예요.
: 서랍을 열어 본다면 행운 판정 해주세요. 성공할 경우 콘돔, 젤, 혹은 모종의 성인용품이 들어 있습니다. 실패할 경우 텅 비어 있다거나, 이전의 고객이 머물며 다 쓴 콘돔의 빈 상자를 발견합니다.
: 무드등은 바다를 본딴 디자인으로, 불을 끄고 커튼을 친 뒤 전원을 켜면 방 전체가 잔잔하고 푸르른 물결에 감싸입니다.
: 빈 잔은 7. 객실의 저녁에서 사용합니다.
창문
흰색 커튼이 얌전히 창을 가리고 있습니다. 커튼을 걷고 창밖을 본다면 아침에 보았던 바다의 풍경을 다시금 볼 수 있습니다. 아침이 밝은 탓인지 산책하는 이가 한 둘 보이기도 하는군요.
액자
부드러운 크림색의 테두리를 가진 커다란 액자. 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흰 여인의 흉상이 그려져 있습니다. 아무 것도 차려 입지 않은 여인은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빗어 내리며, 비스듬히 어딘가를 바라봅니다. 주위로 절벽처럼 험난한 바위들이 서 있고, 녹색과 파란색, 흰색, 검은색을 섞어 칠한 바다의 표면이 불안하게 흔들립니다.
테이블
옅은색의 원목 테이블. 고작 하룻밤을 머물렀기 때문에 테이블 위는 깨끗합니다만…… 함께 나누었던 식사는 아직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한담?
■ 지능 판정
성공 : 체크인할 때 듣기론 객실의 청소 시간은 오후 3시라고 했으니까, 청소하는 직원이 치우러 오겠죠. 그냥 두고 가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실패 : 호텔이니까, 그릇을 내놓거나 직접 설거지를 할 필요는 없……겠지? 잘 모르겠네…….
: 2. 호텔 타 메라의 9시에서 직원에게 청소 시간에 대한 설명을 들은 경우 판정 생략합니다.
■ 관찰력 판정
성공 : 튀김 부스러기와 토마토 꼭지, 빵가루와 기름에 젖은 그릇…… 그 사이로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 눈에 띕니다. 은색 나이프입니다. 껍질을 깎을 과일도, 딱히 썰어 먹어야 하는 음식도 없었건만. 아침 식사 사이에 섞여, 잘못 올라온 걸까요?
: 7. 객실의 저녁에서 사용할 나이프입니다.
실패 : 튀김 부스러기와 토마토 꼭지, 빵가루와 기름에 젖은 그릇, 포크와 나이프, 스푼…… 별 달리 눈에 띄는 것은 없습니다.
의자
아침을 먹고 나서며 놓아둔 그대로 비뚤어져 있는 의자. 파란 쿠션과 흰 쿠션을 끼워둔 원목 의자는 카달로그에나 나올 법한 세련된 디자인입니다.
욕실
욕조와 샤워부스가 딸린 욕실. 욕조에 두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까요?
: 사이즈 판정 후 성공 시 함께 들어가기에는 너무 비좁습니다. 실패하면 여유롭게 들어갑니다. 생략해도 무관합니다.
6. 미술관의 인어
BGM : Oblivion Auriel's Ascension
KPC는 PC의 손을 잡고 객실을 나섭니다.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내내 즐거운 기색이 가득합니다. 7층, 6층, 5층, 4층…… 천천히 한 층, 한 층을 내려가는 동안 엘리베이터에 타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오직 두 사람 뿐입니다.
: KPC는 PC의 가까이에 있고 싶어 하므로, 평소보다 적극적으로 달라 붙습니다.
띵, 경쾌한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2층에서 멈추자 천천히 문이 열립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인어입니다.
2층까지 이어져 있는 정중앙의 원형 수조에서는, 놀랍게도…… 인어가 헤엄치고 있습니다. 상반신은 여인, 하반신은 물고기의 것과 같은…….
호텔, 미술관, 그리고 인어. 어울리지 않는 기묘한 배치입니다. 그것 또한 전시품이 아니라면! 아니, 그 이전에 실존하는 존재이긴 한 건가요?
물결을 따라 흔들리는 긴 머리카락, 어색하게 움직이는 물고기의 꼬리, 입가에 매달린 호흡기.
아, 인어가 아니라…… 스킨스쿠버였군요. 인어를 흉내낸 이가 원형의 유리관을 위아래로 헤엄칩니다.
“엄마, 엄마. 인어 공주님이 있어.” 들뜬 아이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중앙의 유리관에 찰싹 붙은 아이는 스킨스쿠버에게 연신 손을 흔듭니다. 스킨스쿠버가 부드럽게 헤엄치며 얇은 유리 너머로 꼬리를 흔듭니다. 어린아이라면 홀딱 넘어갈 광경이죠.
■ 듣기 판정
성공 : 종달새 같은 아이의 목소리를 따라 부모의 대화가 이어집니다. “동화 모티브라고 하지 않았어?” “그렇게 쓰여 있어.” “애가 보기에는 너무 어려운 것 같아. 괜찮으려나.” 아이 옆에 선 부모는 나란히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자동 지능 판정)
실패 : 아이는 연신 즐거워 하는데, 옆에 선 부모는 꼭 그렇지만도 않은 얼굴입니다. 진지한 얼굴로 무언가 의견을 나누더니 이마를 짚거나 한숨을 쉽니다. 목소리가 작아 잘 들리지 않는군요.
■ 지능 판정
성공 : “그렇게 쓰여 있어.” ……그렇다는 것은 아마, 무언가를 읽고 있다는 것이겠죠. 어깨 너머로 슬그머니 바라보면, 부부가 읽고 있는 팸플릿이 눈에 띕니다. 미술관 같은 곳에는 으레 있기 마련인.
실패 : 꽤 본격적이고 고전적인 전시회의 풍경이라, 흥미를 잃은 아이가 울거나 시끄럽게 할 것을 걱정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 나이쯤의 아이들이란 한 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법이잖아요.
문 옆에 선 스탠드에는 팸플릿이 열과 행을 맞추어 꽂혀 있습니다. 듣기 판정과 지능 판정을 실패했더라도 PC가 팸플릿을 찾는다면 쉽게 발견 가능한 위치입니다.
: 판정에 여러 차례 실패하거나, 추리가 겉돌아 진상을 눈치채지 못한다면 그 때 팸플릿을 제공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팸플릿의 정보량을 조절하여 플레이 난이도를 낮출 수 있습니다.
* Hotel Ta-mera Exhibition *
주제 : 심해의 가장 아름다운 생물
일시 : 2018. 12. 1 ~ 2. 28 / AM 10:00~PM 19:00
장소 : 호텔 타 메라 2층 미술관
※ 2. 호텔 타 메라의 9시에서 발견한 플래카드와 똑같은 디자인, 내용의 팸플릿입니다.
관찰 판정을 성공하거나 뒷면을 보겠다는 선언을 할 경우, 뒷면에 적힌 전시회의 설명을 발견합니다.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를 재해석한 미술 전시회인 모양입니다. 작가의 이름과 함께 짤막한 작가의 말이 적혀 있습니다.
그것은 어찌하며 가장 깊은 곳에서 아름다운가.
덧없는 것아, 어이하여 뭍에 머무르지 못하는가.
아름다운 것들은 왜 그리도 비참하고 무참한가.
나의 삶을,
아름답기에 비참하고, 무참하기에 아름다운 것에게 바친다.
“아, 심해의 가장 아름다운 생물이여!”
|Nesredna 作
■ 예술 판정
성공 : 처음 보는 이름입니다. 이런 이름의 화가는 알지 못합니다. 무명 작가인 걸까요?
실패 : 아~ 알 것 같아요. 이런 이름의 화가를 들어본 적이 있었죠. 요즘 신예로 떠오르는 화가라고 하던데…… 예술에도 조예가 깊은 스스로에게 감탄하게 됩니다. 어쩐지 아는 척이 하고 싶어지는군요.
: 오래 전부터 떠돌던 그림입니다. 작가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인어를 사랑한 젊은이가 혼을 바쳐 탄생시킨 작품으로, 호텔 타 메라에 우연히 도착한 뒤 ‘인어공주의 재해석’이라는 얄팍한 설명(혹은 설정)과 함께 전시되었습니다. 작가의 말은 작품과 함께 떠돌던 쪽지에 쓰여있던 것입니다. 작가의 이름은 안데르센Andersen의 철자를 뒤집은 말장난입니다.
미술관 내부에는 예술품들이 적당한 위치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무엇을 기준 삼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닥을 보면 이동 방향을 알려주는 화살표가 그려져 있습니다. 따라 걸으며 천천히 작품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 추천 순서는 그림[A] → 그림[B] → 조각상[A] → 조각상[B] → 그림[C] → 그림[D] → 조각상 [C] → 가려진 액자 순이지만 어디까지나 추천에 불과합니다. PC의 선택을 따라 제공해주세요.
그림[A]
커다란 액자는 은색의 테두리 위로 섬세한 물결 무늬가 양각되어있습니다. 순결한 백색에 가까운 라인과 대조적이게도 어둡고 침침한 심해를 담고 있습니다. 가장 깊은 곳에 흰 물감을 사용해, 침몰하고 있는 여인을 그려 넣은 그림입니다.
작품 카드에는 심해의 가장 아름다운 생물, 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림 속에는 오직 여인 뿐임에도.
■ 관찰력 판정
성공 : 여인의 다리는 사람의 것이라기보단…… 물고기의 그것과 퍽 닮았습니다. 어렵지 않게 여인을 일컫는 이름을 떠올립니다. ‘인어’. 심해의 가장 아름다운 생물이란 결국 인어를 이야기하는 것이겠죠.
실패 : 물결을 따라 흩트러진 머리카락, 수심에 잠긴 조용한 얼굴, 유려한 곡선까지 섬세하기 짝이 없는 솜씨입니다만…… 어째서일까요? 여인의 하반신은 화풍이 뭉개져서, 다리의 윤곽이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미술관의 내부를 눈으로 훑으면, 다른 그림과 조각상 또한 비슷한 여인을 그리고, 새기고 있습니다.
그림[B]
성난 파도가 해변을 덮치고 있습니다. 그 짠 내음이 여기까지 느껴지는 기분입니다. 파도의 아래, 쓰러진 여인은 밀려오고 쓸려가는 물결을 따라 흔들립니다. 흰 손가락이 여인, 스스로의 목을 파고들고…… 바닥의 모래를 덧없이 거머쥐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꼭,
■ 지능 판정
성공 : 뭍에서의 호흡이…… 괴롭기 그지 없어, 숨을 허덕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실패 : 괴로워 보이는 군요. 어째서일까요? 바다가 그리워서? 목이 말라서?
■ 관찰력 판정
성공 : 그림의 오른쪽 위 끄트머리를 보면, 아주 작게 무엇인가 그려져 있습니다. 바닷가의 바위 뒤에서 여인을 훔쳐보는…… 또 다른 여인입니다. 놀란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있습니다. 작품 카드에는 갈망하는 호흡, 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실패 : 작품 카드에는 갈망하는 호흡, 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조각상[A]
유리로 빚은 섬세한 조각상. 눈에 익은 여인의 형상이 조명 아래에서 오색찬란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여인은 몸을 움츠린 채 스스로를 끌어안고 있습니다. 마치, 이 추위를 견딜 수 없는 것처럼. 투명하게 빛나는 조각상은 아름답지만, 그렇기에 서늘해 보입니다.
■ 관찰력 판정
성공 : 빛에 꿰뚫린 유리의 색이 어쩐지 눈에 익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 그래요. KPC가 아침에 삼켰던 살점이, 파도 아래에서 주웠던 정체 모를 것의 비늘이…… 꼭 이런 색을 띠고, 빛을 머금고 있었죠. 우연일까요? 작품 카드에는 창백한 체온, 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실패 : 작품 카드에는 창백한 체온, 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조각상[B]
여인은 흰 것이 가득 든 잔을 가슴 위로 들어올린 채, 무릎을 꿇고 있습니다. 목이 탔던 것일까요? 조각상의 입술이 희미하게 갈라져 있습니다. 울음이 가득한 얼굴이지만 눈물기는 보이지 않는군요.
그러나 매우 안타깝게도 그 잔에는…… 희고 둥근 것. 진주만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아무리 목이 마르단들 진주로 어떻게 목을 축이겠어요?
■ 지능 판정
성공 : 문득, 위화감을 느낍니다. 잔 안에 담긴 것은 진주가 아닙니다. 희고 둥근, 구슬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C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것을 진주라고 생각했습니다. 목마름을 호소하던 KPC가 떨구었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들, 어쩐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기분 나쁜 기시감에 PC, SanC(0/1)
실패 : 진주를 내다 팔면 얼마든지 목을 축일 수 있을텐데요. 어리석기 짝이 없는 여인이군요.
■ 관찰력 판정
성공 : 여인의 슬픔이 안타깝지만, 조각상의 갈증을 채워줄 방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문득 발치에 시선이 닿습니다. 여인의 발 아래는 섬세한 물결 무늬가 조각되어 있습니다. 이미 발 아래에 무수히 많은 물을 두고, 왜 여인은 갈증에 괴로워하는 것일까요? 작품 카드에는 채워지지 않는 잔, 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실패 : 작품 카드에는 채워지지 않는 잔, 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림[C]
여인은 긴 식탁의 끝에 앉아 있습니다. 흰 식탁보는 깨끗하고, 은식기는 환히 빛나지만…… 그것이 다 무슨 소용이겠어요? 식탁 위에는 음식 한 점 놓여 있지 않은 걸요. 빈 식탁에서 눈을 들면, 그림 속 벽에 커다란 액자가 붙어 있습니다. 액자 속의 식탁에는 상 다리가 휘어질 정도의 진수성찬과 커다란 케이크가 차려져 있습니다. 여인은 무척 배가 고파 보입니다.
■ 관찰력 판정
성공 : 그림 속의 액자를 자세히 살펴보면…… 식탁 위에 차려진 것이 음식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차려진 것들은 온통 사람의 눈알과 손가락, 베어낸 콧등과 귀 따위입니다. 커다란 케이크는…… 맙소사, 눈알을 뽑고, 코를 베어, 귀를 잘라낸 탓에 완전히 둥글어진…… 사람의 머리였군요. 작품 카드에는 그림 속의 만찬, 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불쾌한 그림을 본 PC, SanC(1/1d3)
실패 : 작품 카드에는 그림 속의 만찬, 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전시된 작품 중 무엇 하나 기꺼운 것이 없습니다. 다 괴로워하거나, 불행하거나, 슬퍼하는 모습 뿐이니까요. 괜히 입맛이 씁니다. 이렇게 찝찝한 전시회도 드물겠어요. KPC는 괜찮은 걸까요?
액자에서 시선을 떼어내면 이쪽을 빤히 바라보는 KPC와 눈이 마주칩니다.
■ 심리학 판정
성공 : KPC는 꼭, ■■■을 앞에 두면 이런 얼굴을 하곤 했었죠. 맛있는 것을 눈 앞에 둔…….
: KPC가 좋아하는 음식의 이름을 넣어주세요.
실패 : KPC는 여전히 기분이 좋아보입니다. PC를 굉장히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있어요.
왜 그런 얼굴을 하고 있어?
채 의문을 던지기도 전에, 성큼 다가온 KPC가 PC의 목덜미를 깨뭅니다. 미지근한 입술이 닿고, 슬며시 벌어지고, 그 사이로 드러난 단단한 무언가……
KPC의 이가 살결에 닿습니다. KPC는 망설임 없이 입안에 들어온 것을 베어 뭅니다. 어떤 소리도 나지 않았지만, 아찔한 아픔이 눈앞을 새하얗게 물들입니다. 애무도, 성적인 뉘앙스도 전혀 없는 행위. 그저 씹는 것에 불과한 고통. KPC는 PC의 고통 따위 아랑곳 않고 다시 한 번 입을 벌립니다.
: 4단계, 끔찍한 허기입니다. 탐하는 것은 오직 식인. PC를 잡아 먹고자 덤벼 듭니다.
아침부터 계속해서, KPC의 행동이 이상하기 짝이 없습니다.
■ 지능 판정
성공 : 숨 쉬기를 버거워하던 일, 뚝 떨어진 체온, 끊임 없이 호소하던 갈증과 눈물 대신 떨군 진주…… 그리고 삼킬 것을 잘못 안 허기까지. KPC의 이상행동이 작품 속 여인과 행보를 꼭 같이 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불가능한 일임에도, 분명히 그렇습니다. PC, SanC(1/1d2)
실패 : 아침에도 입맛이 없는지 연신 맛이 없다 투정을 부렸었죠. 그래서…… 배가 고픈 걸까요?
PC가 고통을 호소하거나 화를 내면 잠시 떨어집니다. 그리곤 곧 사과합니다. “미안해, 배가 고파서 그만….” 혹은 “어쩐지 먹고 싶어서 참을 수 없었어……” 라고 변명합니다.
: 이제 막 시작된 충동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KPC의 이성으로 억누를 수 있습니다. 남은 작품을 하나씩 볼 때마다 KPC는 비밀 다이스로 정신력 판정을 반복합니다. 성공할 경우 참아 넘기지만, 실패할 경우 또 다시 PC를 깨물고 맙니다.
그림[D]
여인이 머리가 없는 사내를 끌어 안고 있습니다. 목의 절단면은 잘려나간 고기처럼 붉고, 흰 뼈가 섞여 있습니다. 여인의 흰 얼굴은 어느새 온통 피에 젖어 있고, 그 입술은 연신 무언가를 씹고, 삼키고 있습니다. 결코 입에 대서는 안 될 것을 흠뻑 음미하며, 환희에 가득 찬 여인의 눈이 PC를 똑바로 바라봅니다.
■ 관찰력 판정
성공 : 사내가 잃은 것은 머리 뿐만이 아닙니다. 왼손의 손가락도 몇 개가 없고, 오른손은 뭉툭합니다. 발목에는 어째서인지 쇠사슬이 묶여 있습니다. 여인이 사랑한 이라기에는 지나치게 추레하고 볼품 없는 모습입니다. 세상의 그 어느 왕자도 이처럼 형편 없지는 않을 거예요. 작품 카드에는 완전한 미식, 진정한 사랑, 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실패 : 작품 카드에는 완전한 미식, 진정한 사랑, 라고 쓰여 있습니다.
■ 지능 판정
성공 : 환희에 찬 여인, 목이 잘린 남자, 여인과 마주친 시선…… 완전한 미식과 진정한 사랑. 여인은 정말로 사내를 사랑했던 것일까요? 그렇다면 여인은, 왜 죽어버린 사내가 아니라 이쪽을 바라보고 있을까요? 문득 깨닫습니다. 사내는 그저 식사에 불과했노라고. 여인의 진정한 사랑은 아마, 지금 이 자리…… PC가 서 있는 곳에 서 있었을 것이라고.
실패 : 이미 사내는 죽고 말았는데, 진정한 사랑이 무슨 쓸모가 있나요? 여인을 위한 사내의 희생을 진정한 사랑이라 기리는 것일까요?
그림을 들여다보던 PC는 선뜩한 깨달음을 얻고, 천천히 고개를 돌립니다. KPC 또한 곧…… 아니, PC의 이야기를 해볼까요. PC 또한 곧, 그림 속 사내처럼 KPC의 식탁에 오르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끔찍한 깨달음에 PC, SanC(1d3/1d3+3)
조각상[C]
조각상이 서 있어야 할 자리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대신 전시대의 바닥에는 푸르스름한 파편들이 흩어져 있을 뿐입니다. 정밀한 계산을 따라 쪼개고, 다듬은 덕에 떨어진 모든 것들은 둥그스름한 모양을 갖추고 있습니다.
유리로 조각했노라면 물거품처럼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거무스름하게 녹이 슨 청동을 사용한 탓에, 창백한 푸른색을 띠고 있습니다.
■ 관찰력 판정
성공 : 바닥에 흩어진 청동 파편 사이로 나이프를 발견합니다. 날이 잘 벼루어진 은색의 나이프는 녹은 커녕, 무언가 묻은 흔적 없이 깨끗하기만 합니다. 식사를 한 적이 없는 것처럼. 작품 카드에는 썩어 문드러진 물거품, 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실패 : 작품 카드에는 썩어 문드러진 물거품, 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 지능 판정
성공 : KPC의 결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확신에 찬 PC, SanC(1/1d3)
실패 : 인어공주의 결말이 떠오르는 제목이에요. 그렇지 않나요?
쌉싸래한 결말을 두고 등을 돌립니다. 뒤돌아서면 가려진 액자가 보입니다. 미술관에 걸린 마지막 작품입니다. 청색의 커튼은 완벽하게 그림을 가리고 있습니다. 두 팔을 활짝 벌려도 다 안지 못할 정도로 커다란 사이즈만을 짐작할 수 있을 따름입니다.
왜 가려둔 걸까요? 마지막 작품이 분명한데도 말이에요. 그 작품 앞에서 서성거리는 KPC와 PC를 발견한 직원이 다가와서 설명합니다. “방금 보신 조각상이 마지막 작품입니다, 고객님.” 가려진 액자가 아직 하나 남았는데도 말이에요.
가려진 액자에 대해 물을 경우, “이 작품은 공개 예정이 없습니다.” 라는 답변을 받습니다.
이유를 물을 경우, 직원은 곤란하게 웃으며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 함께 구비했지만, 공개적인 장소에 전시하기는 곤란한 그림이라서요.” 덧붙입니다.
작품을 보는 방법은 3가지가 있습니다.
1. 대인관계 판정에 성공해 직원을 설득한다. (설득, 협박, 말재주 등)
2. 직원이 돌아간 후 은밀행동 판정에 성공한다.
3. 미친 클레임을 제기하는 진상이 된다.
가려진 액자
청색의 커튼을 걷어내자, 애틋하게 서로를 끌어안은 두 여인이 보입니다.
여태까지 PC가 보아온 그림 속 흰 여인은 검은 여인을 끌어안은 채로 잔에 입술을 묻고 있습니다. 잔에는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짙은 색의 무언가가 들어 있습니다. 그것을 마시는 흰 여인은 사랑에 겨운 얼굴로 눈을 내리 뜹니다. 생명수라도 마시는냥, 달디 단 술을 삼키는 것처럼.
흰 여인을 끌어안은 것은 검은 여인. 혈색이 붉은 얼굴은 마찬가지로 사랑에 젖어 있습니다. 힘없이 쥐고 있는 은색의 나이프가 얼룩덜룩하게 젖어 있습니다. 잔에 든 것과 같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짙은 색으로.
■ 관찰력 판정
성공 : 커튼의 그림자가 드리운 탓에 미처 보지 못했는데, 자세히 보니 두 여인의 팔은 각각 피에 젖어 있습니다. 심해의 여인의 팔에서 흐르는 피는 새파란 색으로, 상당히 이질감이 듭니다. 그에 반해 육지의 여인의 팔에서 흐르는 피는 선명한 붉은색입니다. 작품 카드에는 붉은 육지와 푸른 바다의 경계선, 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실패 : 작품 카드에는 붉은 육지와 푸른 바다의 경계선, 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하지만 그림 속에는 붉은 육지도 푸른 바다도 담겨 있지 않습니다.
: 관찰 판정 시 어려운 성공 이상의 값이 나왔다면 다음의 문장을 추가적으로 제공합니다. 끌어안은 두 여인의 너머, 벽에는 [They lived happily ever after.] 라고 쓰여 있습니다.
: 위험한 충동을 끝내는 방법은 단 하나, KPC와 PC의 피를 섞어 KPC가 마시는 것 뿐입니다.
: 작품에 나오는 모든 칼과 잔은 객실에 배치된 것과 똑같은 생김새입니다.
KPC와 PC가 마지막 작품을 충분히 감상하면, 직원이 커튼을 다시 내립니다. 공개적인 장소에 전시하기 곤란하다는 설명이 이해가 갑니다. 여인에게 왕자 따위 존재하지도 않다니! 여인과 여인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는 결말을 맺다니! 인정하고 싶지 않았겠죠. 구시대적인 발상입니다.
모든 작품을 감상했다면 남은 일은 객실로 돌아가는 것 뿐입니다. PC가 헤맬 경우 아이디어 판정을 통해 칼과 잔의 생김새가 눈에 익다는 것을 알려주세요. KPC의 이야기가 그림 속 여인과 같다면, 결말 또한 같아야 할테니.
7. 객실의 저녁
BGM : Mili - Bathtub Mermaid (Relaxing piano)
객실에 도착하면, 어느덧 창밖으로 저녁 노을이 지고 있습니다. 겨울의 일몰은 특히나 짧으니 금세 완전히 어두워질테죠. KPC는 계속해서 노골적으로 다가옵니다. 입맛을 다시거나, 어딘가를 깨물거나, 빨아 들이거나. 무딘 이로 사람의 살점을 뜯는 것은 무리일테지만…… 그렇다고 PC의 고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 KPC의 이성은 이미 닳을 대로 닳았으므로, 객실에 돌아갈 때까지 SanC를 생략하고 식인 욕구를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덤벼드는 KPC를 밀쳐내기 위해서는 근력 대항이 필요합니다.
근력 대항에 성공할 때마다 행동을 하나씩 할 수 있습니다. (관찰 판정, 혹은 칼과 잔을 가져온다는 선언) 잔은 침대 머리맡의 협탁 위에, 칼은 테이블 위에 놓여 있습니다. 위치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 각각 관찰 판정의 성공을 통해 발견합니다.
잔
침대 머리맡의 협탁 위에는 빈 잔이 놓여 있습니다. 은색으로 빛나는 표면은 깨끗하게 닦여 있습니다. PC의 얼굴이 비춰 보일 정도로요. 잔 안에는 아무 것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 관찰력 판정
성공 : 어쩐지 그림 속의 잔이 눈에 익더라니. 객실의 빈 잔과 꼭 닮았습니다. 우연의 일치일까요? 운명의 장난일까요? 알 수 없지만…… 잔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바닥에 무어라 쓰여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They lived happily ever after.
실패 : 어쩐지 그림 속의 잔이 눈에 익더라니. 객실의 빈 잔과 꼭 닮았습니다. 우연의 일치일까요? 운명의 장난일까요?
칼
아침 식사를 나누던 테이블에 놓인 은색 나이프. 미술관에서 보았던 그것과 꼭 같은 모양새입니다. 날카롭게 벼루어진 날과 손잡이를 타고 오르는 탐스러운 꽃송이들이 화려하기 짝이 없습니다.
■ 자연 판정
성공 : 손잡이에 새겨진 꽃은 분명, 해당화입니다. 바닷가에서 곧잘 피는 꽃.
실패 : 무슨 꽃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상황에 그닥 중요한 것은 아니겠죠.
: 해당화의 꽃말은 ‘이끄시는 대로’. PC가 옳은 선택을 했다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습니다만 중요하지 않습니다. 바닷가에서 피는 꽃이며, 꽃에 얽힌 설화로 파도에 사랑하는 이를 잃은 연인의 이야기가 있어 채택했습니다.
근력 대항에 패배하거나 밀쳐내지 않을 경우 KPC는 삼키고 싶은 부위를 마음껏 깨뭅니다. KPC는 깨물 때마다 한 번 더 근력 판정을 굴려주세요. 성공할 경우 피가 날 정도로 물어 뜯으며, PC는 건강 판정을 거칩니다. 실패할 경우 HP가 1씩 차감됩니다.
: KPC가 근력 판정에 어려운 성공 이상을 얻거나 PC가 건강 판정의 대실패를 범할 경우 차감되는 HP는 2가 됩니다.
엔딩 분기입니다.
1. KPC의 충동을 막은 후, 어떤 처치 없이 그대로 하룻밤을 보내면, END 2. 누가 침대를 적셨나요?
2. KPC가 잡아 먹는 것을 방치하거나, PC가 행동불능 상태에 빠진다면, END 3. 잘 먹겠습니다.
3. KPC와 PC의 피를 섞은 것을 KPC가 마실 경우 END 4. 오늘의 룸서비스입니다.
END 1.
KPC의 충동을 강제로 막았다.
1단계, 호흡 부족에서 종료한 경우, 완전히 밀쳐내자…… 한참 밭은 숨을 들이쉬고 내뱉으며 허덕이던 KPC가 옆으로 쓰러집니다.
2단계, 체온 저하에서 종료한 경우, 완전히 밀쳐내자…… 차디 차던 감각이 멀어지고, 한기가 사그라드는 것과 같이 KPC도 옆으로 쓰러집니다.
3단계, 채워지지 않는 갈증에서 종료한 경우, 완전히 밀쳐내자…… 목덜미를 거머쥐고, 갈라진 목소리로 애원하던 KPC도 옆으로 쓰러집니다.
(공통) 천천히 흐르는 눈앞의 광경이 슬로우 모션처럼 지나가고, 바닥에 쓰러진 KPC의 안색이 새하얗습니다. 손끝에 닿는 피부는 시체의 그것처럼 차갑기만 합니다. 겨울 바람보다 차디찬 감각입니다. 이제, KPC의 숨은 심해 밑으로, 밑으로 가라 앉아 영원히 뭍 위로 오르지 못할테지요. 뭍에 남은 것은 그저,
END 1. 창백한 체온
KPC 로스트, PC 생존
보상 : 없음
: 인어의 독에 중독된 KPC는 사망하고 맙니다. PC가 꽤 곤란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BGM : Bathtub Mermaid - Mili
END 2.
KPC의 충동을 막은 후,
어떤 처치 없이 그대로 하룻밤을 보냈다.
KPC를 억지로 달래고 잠자리에 듭니다. 그 밤 내내 불안에 떨어야 했지만, KPC는 다행히도 금세 곯아 떨어졌습니다. 많이 피곤했던 걸까요? 새벽이 밝아올 때쯤, 밭은 숨소리가 들렸던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피곤했던 것은 PC도 마찬가지로 쉬 눈을 뜰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아침, 흰 커튼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에 눈을 뜨면……
“좋은 아침, PC.”
……라고 KPC가 인사해주어야 하는데. 어째서인지 한참이 지나도록 아침인사가 찾아오지 않습니다. 늦잠이라도 자는 걸까요? 손끝으로 옆자리를 더듬습니다. KPC의 자는 얼굴을 바라보다가, 눈이 마주치면 먼저 아침인사를 건네는 거예요.
그러나 어째서일까요?
한참을 만져보아도 손끝에는 닿는 이가 없습니다. 옆자리는 서늘하고, 축축합니다. 사람의 온기라곤 일말도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옆을 돌아보면, KPC는 온데간데 없습니다. 구겨진 침대 시트가 완전히 젖어 있을 뿐입니다.
짠 내음이 가득합니다. 바닷물인 걸까요? 대체……
END 2. 누가 침대를 적셨나요?
KPC 로스트, PC 생존
보상 : 없음
: KPC는 인어의 섭리에 따라, 새벽의 햇살에 부식되어 물거품으로 흩어졌습니다.
BGM : Bathtub Mermaid - Mili
END 3.
KPC가 잡아 먹는 것을 방치하거나,
PC가 행동불능 상태에 빠졌다.
KPC를 더 이상 떨쳐낼 힘이 없습니다. 혹은 그럴 의지가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KPC는 PC의 피부 위로 잘근잘근 이를 세웁니다. 무딘 이가 살점을 짓이기고, 흥건한 타액으로 젖어드는 기분은…… 표현하기 어려운, 생경한 감각이군요. 하지만 고통은 잠시일 거예요. 식사는 금세 끝날테니까.
눈이 감깁니다. 다시 뜰 때쯤이면 눈알은 더 이상 그 구멍에 남아있지 않겠지요. KPC의 입속으로 들어가, 목구멍을 넘어, 뱃속에 자리잡을 것입니다. 비단 눈알 뿐이겠어요? 코도, 귀도, 입술과 손가락, 내장과 머리카락, 살점이 남은 뼈까지 모두……. 남김없이 먹어 치울테죠.
아, 이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영원히 KPC와 헤어지지 않을테니…… 어떤 의미로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가 어울리는 결말이군요.
아득한 목소리가 식전 인사를 건넵니다.
END 3. 잘 먹겠습니다.
KPC 생존? PC 로스트
보상 : 없음
: KPC는 살아 남았지만, 앞으로도 매일 같이 위험한 충동에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
BGM : Bathtub Mermaid - Mili
END 4.
KPC에게 PC와 KPC의 피를 섞어 마시게 했다.
칼을 들고 KPC의 팔을 긋습니다. KPC의 팔에서는 믿을 수 없게도, 새파란색의 피가 흘러나옵니다. 푸르스름한 색은 도저히 육지의 이가 흘리는 것이라곤 믿을 수 없는 것입니다. 손에 닿은 피부가 서늘합니다. 창 밖의 바다는 유난히 창백하고……
현실감 없는 이 광경에서, PC를 현실로 끌어 당기는 것은 짙은 쇠비린내와 짭조롬한 바다내음입니다.
PC의 팔을 그으면 붉기만한 피가 피부를 적십니다. 상처의 통증, 살점이 벌어지는 감각, 날붙이가 몸을 가르는 촉감…… 모두 불쾌하기 짝이 없습니다.
잔에 담긴 피는 소리도 없이 서로에게 스며듭니다. 더 이상 붉지도, 파랗지도 않은 애매모호한……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짙은 색. 독과 같은 액체가 잔에서 찰랑입니다.
KPC는 언제나 그것을 바라왔던 것처럼 잔에 입술을 묻습니다. 눈을 내리 깐 얼굴은 사랑에 겨워 있습니다. 생명수라도 마시는 양, 달디 단 술을 삼키는 것처럼.
마지막 모금이 완전히 목을 타고 넘어가면……
깜빡,
깜빡,
깜빡.
이런,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걸까요? 순식간에 시야가 아득해지고, 눈앞이 깜깜하게 내려 앉습니다…….
정신은 침잠하고 침잠해, 깊은 곳으로 침몰합니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정도로 멀리, 영원히, 안녕히.
……
눈을 뜨면, 보이는 것은 흰 천장. 언제…… 침대에 누웠더라? 기억나지 않습니다. KPC 또한 옆자리에 누워 곤히 자고 있습니다. 지난 날의 일이 꿈인가 싶지만, 팔의 상처가 아릿합니다. KPC의 팔에도 긴 자상이 그어져 있습니다. 빈 잔과 칼은 온데간데 사라졌지만,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요.
KPC의 안색은 편안하고, 호흡은 일정하며, 상처는 불그스름합니다. 따뜻한 체온이 손끝에 닿으면, 그제서야 실감합니다. 아, 이상한 이야기들은 모두 끝났다고. 우리의 결말 또한 오래오래 행복할 것이라고……
창밖으로 익숙한 풍경이 보입니다. 고즈넉한 겨울의 바다. 어쩐지 쓸쓸해 보이는 풍경…… 여인은, 그래서 뭍으로 올라오고자 했던 걸까요.
짠 내음이 나는 물 대신 애매한 감성에 젖었을 때, 인터폰이 울립니다.
“룸서비스가 도착했습니다.”
잔잔한 해당화 향기와 함께.
END 4. 오늘의 룸서비스입니다.
KPC, PC 생존
보상 : San 1d6 회복, 인어의 비늘 (효과 : 소지 시 매혹 +5)
: KPC와 PC는 모든 것을 기억합니다. 이번 아침 식사는 그저 맛있을 거예요.
BGM : The Shape Of Water - Overflow Of Love
후기
첫 시나리오를 19금으로 쓸 생각은 없었는데…… 적당한 스토리텔링이 있는 19금 시나리오가 써보고 싶었습니다. 처음이라 엉성하고 엉망이지만 즐겨주신다면 기쁠 거예요! 후기를 남겨주신다면 더더욱 감사합니다! 과연 쓸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을 했는데 시나리오 카드가 너무 예뻐서 끝까지 써야만 했어요. 모두 즐거운 겨울 보내시고, 내년도 행복하세요! (쓰는 사이에 내년이 되어버렸다)
엔딩 제목은 스포일러 요소가 아니므로 자유롭게 발언하셔도 괜찮습니다!
Thx To.
우선 테스트 플레이에 참여해준 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시나리오 카드 커미션을 받아준 밤울과 스토리텔링을 도와준 머론, 애국에게도 감사를 전합니다.
외에도 마감을 함께 해준 치즈, 중간중간에 읽어준 싹자와 코린, 응원해준 지인 분들 모두 감사해요…….
사탄님께서 창백한 체온의 맵과 핸드아웃 이미지를 제공해주셨어요. 감사합니다!
수연 · 청서님의 창작활동을 응원하고 싶으세요?